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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책임


근로자가 마라톤에 참가한 후 회식장소로 이동 중 사망한 사고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

(대전지법 2005. 7. 13. 선고, 2004가합9705 판결)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등 관계


피고는 주로 전기관로공사를 하는 회사이고, 원고 계○○의 남편이자 나머지 원고들의 아버지인 망 임○○(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피고 회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작업현장의 인부를 관리․감독하고 작업현황을 피고 회사에 보고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현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 망인의 업무 수행 행태


망인은 아침 07:00경 출근하여 저녁 19:00경 퇴근하였고, 전기관로공사의 특성상 정전 후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망인은 휴일에도 근무를 하였으며 월 29-30일 정도 근무를 하였고, 특히 사망하기 전인 2002. 9. 중순경부터 10. 초순경까지는 주간에는 생명공학연구소 등 여러 현장을 돌며 공사를 관리․감독하고 야간에는 ○○○○은행 ○○○지점으로 이동하여 위 지점 인테리어공사를 진행한 관계로 새벽 2~3시까지 야간작업을 하여 피로가 누적되었다.


다. 마라톤대회 참가 및 사망 경위


(1) 평소 직원들의 체력을 강조하던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김○○은 2002. 10.경 이사 박○○에게 ○○방송이 2002. 11. 10. 주최하는 제1회 ○○○ 전국 마라톤대회(이하 이 사건 마라톤대회라 한다)에 자신을 포함한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함께 참가할 것을 지시하였고, 위 박○○은 이 사건 마라톤대회 참가계획안을 마련하여 대표이사에게 구두로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후 피고 회사의 게시판에 게시하였는데, 그 내용은 위 마라톤대회의 참가자는 하프코스(21km) 1명(이사 박○○), 10km코스 5명(대표이사 포함), 5km코스 8명(망인 포함), 가족 응원단 3명이고, 위 마라톤대회 당일 대회장 부근에 회사의 현수막과 천막을 설치하고, 참가자에게 컵라면과 커피를 제공하며, 대회종료 후에는 ○○동 소재 ○○○ 식당에서 참가자 및 응원단 전원이 참석하여 회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2) 피고 회사의 현장소장은 모두 6명이 있었는데, 대표이사가 근무에 지장이 없는 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독려하자 현장소장들이 상의한 결과 그 중 망인과 오○○가 이 사건 마라톤대회 참가자로 결정되었고, 그에 따라 망인은 위 마라톤대회 참가신청을 하였다.


(3) 위 박○○은 이 사건 마라톤대회 1주일 전쯤 피고 회사의 직원(상근직원은 40여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14명의 참가신청서를 제출받아 일괄하여 이를 ○○방송에 제출하였고, 위 마라톤대회 참가자의 참가비는 물론 다과 및 회식비용 전액도 피고 회사가 부담하였다.


(4) 망인은 2002. 11. 10. 10:00경 위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5km코스를 완주한 다음 음식을 먹은 후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13:30경 회식 장소로 가기 위하여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119구급대에 의하여 ○○보훈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라. 망인의 건강상태 등


(1) 망인은 ○○체대 ○○학과를 졸업하였고 운동을 좋아하였으며 평소 건강하였고 술은 2~3잔 정도 마시며 담배는 하루 반갑 정도 피웠는데, 직장건강보험공단에서 2000. 10. 13.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콜레스테롤 및 당뇨 관리를 요한다고 진단이 나왔고, 2001. 11. 15.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혈압관리를 요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2) 망인은 2002. 11. 4. 작업중 전봇대에 올라가다 전선이 떨어지는 바람에 안면부를 강타당하여 치아 2개가 부러지고 2개가 탈구되어 치과의원에 입원하였다가 그 후 퇴원하였다.


마. 망인의 사망원인 및 의학적 소견


○○보훈병원에서 발행한 망인에 대한 사체검안서에는 망인의 사망원인이 급성심근경색증(의증)으로 기재되어 있고,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사에 의하면 망인의 사망원인은 심장돌연사로 사료되고 망인이 심한 육체적 부하가 발생하는 마라톤 후 사망한 것으로 보아 마라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사료되며, 급성심근경색증의 경우 동맥경화증,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과 같이 소인이 있는 사람이 과도한 운동, 스트레스 등이 있을 경우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망인이 이 사건 마라톤대회에 즈음하여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고 수개월간 계속된 과로로 말미암아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피고 회사의 사실상 강제에 의하여 위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결과 위와 같은 사망 사고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피고 회사는 마라톤과 같이 격한 운동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신체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망인으로 하여금 위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도록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불법행위책임 내지 망인과의 고용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의무로서 망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위 마라톤대회에의 참가 여부를 허락하는 등의 고용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불법행위책임에 대한 판단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마라톤대회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의 참가 권유에 의하여 피고 회사의 이사가 참가계획안을 회사 게시판에 게시하여 직원들의 참가신청을 유도한 점 및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 사건 마라톤대회에 직접 참가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을 포함한 직원들로서는 위 마라톤대회에 불참하기가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당시 현장소장이었던 망인은 다른 6명의 현장소장들과 상의하여 망인과 오○○가 위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점, 피고 회사의 상근직원 40명 중 참가인원 14명과 응원단 3명을 포함하여 모두 17명만 참석한 점, 위 마라톤대회가 끝난 후에는 회식이 준비되어 있었던 점, 위 마라톤대회의 참가비, 다과 및 회식비 전액을 피고 회사가 부담한 점 및 피고 회사 직원들의 위 마라톤대회의 참가경위, 내용 및 성격, 그 참가인원, 비용부담 등의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위 마라톤대회에 불참하기가 다소 어려웠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과로 등으로 말미암아 육체적․정신적으로 허약한 상태에 있는 망인으로 하여금 위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도록 강제하였다고 추인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안전배려의무위반책임에 대한 판단


고용계약에 있어서 신의칙상 인정되는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는 사용자에게 피용자가 노무 제공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쾌적한 작업환경, 즉 작업장의 시설, 설비 및 기계장치 등의 안전을 갖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이 사건 마라톤대회 참가는 앞서 인정된 바에 비추어 보면 직원 사이의 친목 도모를 위하여 이루어지는 회사 차원의 동호회 활동의 일환으로 볼 것이지 고용계약상의 노무의 이행과 관련성이 있는 업무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마라톤대회에의 참가가 사용자인 피고 회사의 지배․관리 영역 내에 있어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거나, 설령 피고 회사가 직원들에게 위 마라톤대회의 참가를 권유하면서 마라톤 준비가 부족한 직원들에게 돌발적인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고지하거나 건강상태를 관리하며 마라톤 참가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지시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위 마라톤대회 참가를 고용계약상 통상 피용자인 망인이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 회사에게 위 마라톤대회 참가와 관련하여 망인의 건강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는 등의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